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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공격세력 VS 경영진의 방어세력' 대등한 법과 제도 필요

오수균 | 입력 : 2023/03/07 [08:50]

 

▲ 협성대학교 미주통상·문화학과 객원교수  © 뉴스파고


[오수균=협성대학교 미주통상
·문화학과 객원교수] 대등한 관계의 법과 제도 필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는 주주들이 기업경영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기업의 투명성 제고 및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도모하는 것을 표방하는 행위이다. 즉, 주주들이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진의 부실 경영책임을 묻고, 경영진의 전횡 방지와 견제, 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의 구조조정 그리고 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 경영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행위 등을 의미하며, 이를 실천하는 사람을 주주행동주의자(shareholder activist)라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이하 “그레이엄”이라 칭함)은 헤지펀드와 주주행동주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 하고 또 투자전략으로 주주행동주의를 사실상 활용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헤지 펀드를 창시했다고 알려진 존스(A.W. Johnes)보다 10여 년 앞서 투자조합을 결성해 공매도 전략도 구사했다. 그리고 그레이엄이 주주행동주의 대상으로 삼았던 회사는 노던파이프라인이었다. 이 회사는 존 록펠러 1세의 스탠더드 오일이 1911년 미국 대법원의 반독점 판결로 인하여 해체되는 과정에서 분사된 8개 파이프라인 회사 중 하나였다. 1925년 그레이엄은 노던파이프라인이 워싱턴 D.C. 주간(州間) 통상위원회(ICC : Interstate Commerce Commission)의 송유관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거래되는 주가는 65달러 이고 주당 이익은 6달러였으며, 회사가 보유한 우량채권의 자산가치가 주당 90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주들은 90달러에 이르는 특별배당금을 받고도 회사의 미래 이익에 대한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이 회사의 경영진들은 막대한 현금과 유가증권을 자기 자리 유지의 방패로 삼았고, 특히, 잉여현금을 비효율적으로 분배하고 단지, 회사의 건전한 재무상태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관리를 했을 뿐이었다.

 

그는 주주행동주의자로서 1928년 노던파이프라인의 소액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주주총 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여 이사회 의석 5석 중 2석을 확보했다. 1928년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들은 잉여현금 분배에 반대했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주주총회 직후인 1929년에 분배에 찬성하고 또 이 회사의 경영진에 위임장을 넘겼던 록펠러 재단도 잉여현금 분배를 요구하여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것이 주주행동주의가 위임장 대결로 성공한 전대미문의 사례였다.

 

실제로 20세기 초에는 미국에서도 주주행동주의 운동이 드물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장기업의 주식지분은 대개 설립자, 설립자의 가족이나 자본가 등의 극소수집단에 집중돼 있어 외부 주주들이 회사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웠다. 둘째, 재무제표의 정보가 거의 공개 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회사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웠다. 당시, 노던파이프라인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을 아는 주주는 아무도 없었으며, 그 회사의 지분을 23% 보유한 록펠러 재단이 실질적으로 회사를 지 배하고 있었지만 거의 경영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레이엄 등의 주주행동주의자에 대해 월스트 리트지는 회사의 경영에 주주들이 주제넘게 나선다며 그들을 강도 취급했다.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원래 주주를 대변하는 기관이다. 그레이엄이 주주행동주의자로서 자신 이 노던파이프라인의 이사 추천 선임에 대한 주주총회의 위임장 대결에서 승리하여, 이사회에 참여·개입하기 전까지는 이사회는 주주들의 권리를 전혀 대변하지 못했다.

 

그러나 1934년 미 증권거래법의 공시 조항에 따라 재무제표가 공개되었다. 이를 토대로 그레이엄은 “증권분석 (Security Analysis)” 및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를 저술하는 등 그가 주 도하여 혁신적인 증권분석 방법 및 안전마진 투자개념 등을 고안하여 공표했다. 당시 상장기업 의 소유권도 빠른 속도로 분산되고, 주주행동주의 운동도 서서히 일어나고, 주주들은 과거 주 로 배당금에 관심을 두었던 것과는 달리 이사선임 및 지배구조 개선 등과 같이 기업경영 의사 결정에 참여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등 경영의 견제와 감독의 성격도 바뀌었다. 하지만, 그레이엄이 주주행동주의로 나서기 훨씬 전인 1914년 무렵 투자자들은 대개 주식을 순전히 투기대상으로 치부하고 채권에만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그레이엄이 은퇴하던 1950년대 중반까지도 주식시장은 흔히 사기꾼과 투기꾼들이 판 치는 정글로 간주하였다. 주식을 보유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지분을 가진 주주들은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 당시에도 주식시장은 경영권이 거래되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당시 채권투자자들은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했다(제프그램 지음, 의장! 이의 있습니다. 에프엔미디어, 2017. p.30∼31).

 

그레이엄이 주주행동주의를 실천에 옮긴 이후, 주 주행동주의 운동은 한때 무차별적인 M&A을 하는 기업사냥꾼의 이미지에서 점차 벗어나 기업 재무구조 건전성이나 지배구조개선 그리고 주주제안 등을 통하여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운동이라는 인식이 점점 팽배해졌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오히려 기업 경영진 측에서는 과도한 경영간섭이고 심지어 경영권 위협이나 탈취 등에 휘말리는 등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점을 주장하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필요한 법과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2003. 4. 3. 주주행동주의 펀드인 소버린이 SK(주)의 주식을 매입(지분율 14.99%)하여 주주 제안을 통해 경영에 참여할 사외이사 5명 후보 추천과 정관개정안(전과자 이사 선임금지), 이사 해임안(최태원 회장) 등 지배구조를 요구했으나 두 차례에 걸친 주주총회에서 패배한 이후, 2005. 7. 18.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당시 불과 2년 4개월 만에 투자금액의 4배에 달하는 매매차익과 배당금 등 총 9,437억 원의 수익을 챙겼다. 이 사건은 외국자본이 증권시장에서 주식지분을 매입하여 재벌기업의 최대주주를 상대로 지배구조 등 주주제안을 한 최초의 주주행동주의 펀드 사건이었다.

 

그리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엘리엇”이라 칭함)와 세계최대 의결권 자문 회사 ISS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다. 2015. 7. 16.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결의 금지 및 KCC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의 항고심 재판부는 이를 인용하지 않았다.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으며 합병조건도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 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고 부당하다는 엘리엇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됐고 합병 공시 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승한 점을 봤을 때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 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각각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을 승인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주주행동주의 운동의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얼라인파트너스의 7대 금융지주 배당확대와 SM에 대한 이수만 대주주의 개인회사 라이크 기획과 계약 해지, 지배구 조개선 및 감사위원 후보 주주제안, ▲ 트러스톤 자산운용의 태광산업의 계열사 흥국생명에 대 한 유상증자 참여 중단 요구, ▲ BYC의 부동산 투자 수익률 제고 및 대주주 일가의 부당내부 거래 근절, ▲ 플래쉬 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의 KT&G 인삼공사의 분리상장 및 사외이사 확 충, ▲ KCGI의 한진칼에 대한 사외이사 후보·정관변경 주주제안 ▲ 오스트임플란트의 최규옥 회장 퇴진을 포함한 전문경영체제 전환요구, ▲ 차파트너스 자산운용의 사조오양에 대한 현금 배당·감사위원인 사외이사 후보 주주제안 ▲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의 HDC현대산업개발 에 대한 정관변경 주주제안 ▲미국계 헤지펀드 티턴캐피털 파트너스의 한샘에 대한 감사위원 후보 주주제안 등이 있다.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는 행동주의 전략을 통해 투자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또 일정 의결권(지분)을 확보한 후 배당확대나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M&A), 재무구조 개선 및 지배구조 개편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활동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경영계는 주주행동주의 펀드는 고용, 투자 및 영업이익 등 모든 부문에서 기업 가치를 악화시킨다며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통한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장기보유 주주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및 차등의결권 도입 등의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연합뉴스, 2019. 1. 24.).

 

현재 우리나라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법과 제도적으로 제대로 구비 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주주 행동주의의 공격 대상회사는 속수무책으로 그 전략에 휘말려들 수밖에 없다. 특히, 상장회사의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하여 상법상 주주의결권 3% 규칙(3% Rule)으로 인해 감사나 감사위원의 선임 시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지분의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 반면에, 만약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나 사모펀드가 9%의 지분을 확보·보유하고 있다면 3%씩 나누는 지분 쪼개기를 통하여 보유지분 전량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특히, 기업들이 주주행동주의로부터 경영권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이사 등 경영진들은 주 주들의 이익을 위하여 일해야 하는 주주의 재산 수탁자(受託者)로의 의무와 기업경영의 책임자로서 사업적 판단을 해야 한다. 즉,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나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 보호 및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것은 경영진의 선관주의 의무와 경영 충실의무이다. 이에 대해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고 또 정관에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 및 적대적 M&A에 대한 의결정족수 강화를 위한 특별다수결의, 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수회사에게 공정한 가격으로 소수 주주에게도 지급할 것을 보장하는 공정가격 지급보장 그리고 누적 투표권 행사 방안 등을 정관에 둘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누적 투표권 행사는 미국에서 기업이 필요한 이사 수의 확보 방안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주주총회의 이사선임에서 주주에게 1주당 4명의 이사를 투표할 권리가 있다면, 4명에 대해 각각 1명씩 나누는 투표 대신 1명에게만 투표하고자 할 때 해당 이사에게 4개의 투표권을 몰아서 행사할 수 있다. 이 투표방식은 선임해야 할 이사 수가 많을수록 적은 수의 주식지분으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이사선임에 있어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에 상당하는 복수의 의결권이 주어지는 누적 투표제가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애리조나주와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총 7개 주에서 누적 투표 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주주행동주의나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공격세력과 이사 등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세력이 경영권 시장에서 대등한 관계에서 합법적이고 공정한 방식에 의한 상법상 선관주 의 의무와 충실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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