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오디
김영애 시인 | 입력 : 2024/07/24 [10:09]
© 김영애 시인 (경남 남해 삼동면 소재지에서 본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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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먹고 자란
보리가 익어가는 들판
희미한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보리타작하는 날
내 임무는 아버지가 쌓는 벼늘을 밟아 다지는 일
낟알이 쌓일수록
벼늘은 높이 올라갔고
뽕나무 키는 작아지고
검게 탄 손 가득 따 주시던
검은 열매
언제까지나 아버지를 따라다닐 것 같던 태양은
오래된 낟가리 같은 곳으로 떠난 아버지를
끝내 잊어버렸고
오늘, 태양이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는다
어린 날의 그 상실(桑實)을 먹는다
항가새. 도서출판 경남.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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