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 19위기 속에 만난 노사정위원회에 바라는 것

이상호 | 입력 : 2020/05/22 [09:17]

 

▲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뉴스파고

 

코로나 19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 5월 20일 노사정위원회가 처음 열렸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21년간이나 불참하던 민노총이 참석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충격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어야 할까? 

 

코로나 19가 덮친 세계는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고 실업이 급증하였다. 공장이 멈추고 생산 가동률이 극도로 떨어져 사람들의 생활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위기에 처한 것은 개개인이나 노동자만 아니다. 기업도 도산의 위기에 있고 경영생태를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기업의 생산력이 증대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윤리경영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노력을 하여야 하며 이윤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경영자들은 위기일수록 그런 일에 더 고심해야 한다. 기업의 어려움만 호소하면서 나눔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함께 죽는 길이다, 

 

노동계도 마찬가지이다. 노조나 정규직들이 자기들의 희생은 조금도 하지 않으면서 기업이 더 나누어야 한다고만 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이기주의이며 상대에게 덮어씌우기이다. 특히 노조가 기업 살리기와 일자리 나눔에는 큰 관심이 없고 자기들의 일자리 지키기에만 관심 있거나 이런 와중에도 임금 인상이나 복지 증진을 요구한다면 그 또한 공멸을 재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노동계와 일부 진보진영의 반기업 정서가 매우 강하다. 기업은 돈을 쌓아두고 이윤이 넘쳐나는데도 나누지 않으며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강력노조는 협상보다는 얼마나 강하게 투쟁하느냐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경향도 있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매출은 떨어지는데도 자기들의 임금과 활동비 인상을 요구해 온 귀족 노조란 칭호를 붙인 노조도 있었다. 신입사원 채용에도 노조가 개입한 사례도 많았다. 그래서 협상은 항상 어려웠다.

  

그뿐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양대 노조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그 지향하는 바에도 차이가 있지만 서로 힘겨루기를 통해 자기들 노조의 위상을 높이려고 정치화되어 왔다. 특히 현 정권에 와서 가장 강하게 정치화에 성공한 것은 민주노총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대통령을 조종한다는 억설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런저런 사정과 성향 때문에 민노총과 한노총, 기업, 정부가 함께하는 노사정위원회는 정상적인 길을 걸어오지 못하고 난항을 겪어왔다. 특히 민주노총은 1991년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했다는 것은 협상보다는 독자적인 노선을 견지하면서 자기들의 주장이 관철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민노총의 힘이 강하며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사실 민노총의 압박은 그동안도 대단했다. 

 

민노총이 21년간이나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세 가지 측면으로 추측할 수 있다. 첫째는 그들이 주장하는 만큼의 고용과 노동환경이 성숙 되지 않았다. 둘째는 그동안 기업과 정부가 노동과 고용위기에 대하여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 셋째는 그들의 주장이 지나치게 강하며 배타적이었다. 어떤 이유건 21년은 매우 긴 세월이었다. 그들은 노사정위원회 밖에서 협상보다는 주장과 투쟁으로 그들의 정치력을 확보해 나갔음이 분명하다. 그런 민노총이 코로나 19로 인해 복귀하게 되었다. 다행이다. 

 

동아일보(2020.5.21.) 등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5월 20일 개최된 노사정위원회에서 고용유지라는 큰 틀에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의견이 달랐다. 노동계는 해고 중단 등 사회적 안전망을 강력히 요구했고 경영계는 대타협과 정부 지원 확대를 주장했다. 각자 자기 진영의 입장만 확인하고 끝난 셈이다. 

 

이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재벌 대기업들은 고용유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코로나 19의 사회적 백신은 해고 없는 대한민국”이라고 하면서 취약계층의 보호망을 내세웠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소장은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는 ‘기업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지키기다”고 했으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시장 수요가 사라진 현 상황에서 기업들이 막대한 고용유지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모두 맞는 말이며, 각 진영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 전부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까?

  

분명한 것은 시장수요가 사라지면 기업은 고용유지를 계속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고가 능사도 아니다. 재난기금 같은 구제 금융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특히 기업이 도산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무더기 실업자가 발생한다. 그것은 국가가 고용보험이나 복지기금, 재난지원금 등으로 해결될 상황은 더욱 아니다. 그것은 단기 처방일 뿐이다. 근본적인 것은 생산력의 증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닭은 죽게 해서도 닭을 잡아먹어서도 안 된다. 닭이 죽거나 닭을 잡아먹으면 당장은 닭고기를 먹을 수 있어도 앞으로는 달걀과 병아리는 구할 수 없다. 그리고 세금은 바닥이 나 정부의 부채만 늘어나게 된다. 

 

어렵게 출발한 노사정위원회가 각자 자기들의 입장만 고수할 일이 아니다. 코로나 19란 대 재난을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안정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양보하고 창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린 이 시점에 “어느 사회나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개선하려는 추진력과 보존하려는 추진력이 모두 필요하다. 시대의 환경에 따라 우리는 진보 쪽에 힘을 보탤지 아니면 계속성에 무게를 두어야 할지를 결정한다.”는 러셀 커크(1918〜1994, 『보수의 정신』 이재학 옮김, 지식노마드)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개선만 하려면 혼란과 피를 흘려야 하고 보존만 하려면 발전이 없고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은 영원하며 투쟁이 상존한다. 

 

나는 지금 커크의 말을 바꾸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코로나 19를 극복하여 국민의 삶을 건강하게 하고 국가를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는 고용이 유지되고 확대되며 기업이 성장하여야 한다. 양자 모두가 추진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시대 상황에 따라 우리는 개선 쪽에 무게를 두기도 하고 계속성 쪽에 무게를 두기도 해 왔지만, 위기에선 양자 모두에 무게를 두고 화합과 조화의 길을 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것만이 재난 극복의 지혜이다. 각 진영 모두 겸허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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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현 2020/05/22 [15:19] 수정 | 삭제
  • 글을 통해 노사정위원회가 무려 21년만에 모두 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가피한 투쟁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화합만이 최선의 해결점이라는 것을 공감합니다. 좋은 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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