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심상치 않은 미 대선 판도를 보며

이상호 | 입력 : 2020/07/15 [10:28]

▲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뉴스파고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미 대선 판도가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바이든이 바짝 쫒아 앞서는 분위기이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텍사스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막상막하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CBS와 유고브의 7월 12일 택사스,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 ‘선벨트 3개 주’의 여론조사 발표에 의하면, 텍사스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46%, 바이든 후보가 45%의 지지를 얻고 있다. 11명의 선거인단이 있는 애리조나에서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46%로 같았고, 29명의 선거인단이 있는 플로리다에서는 바이든이 48%로 트럼프 대통령의 42%로 6포인트를 앞질렀다. 

 

특히 텍사스주는 대선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에서 38명이 배정된 미국 대선에서 후보자에게 두 번째로 중요한 지역이다. (1위는 캘리포니아주로 선거인단 55명이다) 그런 텍사스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고정 텃밭이다. 그러나 지지형이 바뀌고 있다. 

 

텍사스주는 1976년 대선 이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등 거의 모든 후보가 최대 20% 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민주당 후보를 이겨온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때 52%를 얻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43%를 9% 포인트나 앞선 곳이었다.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인종적 편견과 미국 사회의 분열 조장, 돌출적인 발언과 자기중심적인 아집 정치, 국제외교 무대에서의 이단아 같은 행동 등을 꼽고 있으나, 가장 큰 것은 그가 미국에 새로운 부를 가져오고 모두가 잘살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미국 중산층과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힘들어져 일탈하는 것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이 아주 형편없으며 대통령 스스로 코로나 19에 대하여 별것 아닌 것처럼 마스크도 쓰지 않고 지내온 오만함도 한 몫을 차지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보좌관이 차기 국무장관이 될 것이란 전망이 크다고 한다. 블링컨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분야의 선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캠프 내에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캠프 내 인사들과 접촉해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미래의 바뀔 지형에 대한 각국의 생존 대비이다. 이때 우린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 회담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힘을 입었다. 북한이 우리보다 미국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 트럼프와 김정은의 사이가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냉각기를 걸어오고 있지만, 김정은은 미국에 대해서만은 과거와 달리 신중한 모습이다. 그러나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도 진전을 보이지 않다가 파국으로 향하는 분위기이다. 문 대통령은 어떻게 든 대화의 길을 터 보려고 하나 북한은 비난과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바이든은 대북관이 강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그것은 바이든의 대북정책에 상당히 좌우될 것이다. 그뿐 아니다. 대중국 관계와 대일본 관계의 변화도 한 몫을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의 외교적 지형에 변화가 올 것이란 전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북한의 대미전략은 어떻게 변할까? 바이든 후보는 그동안 김정은을 살인적인 독재자, 폭군 등으로 강경하게 비판해 왔다. 다만 실무협상 중심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며 북한이 정상 회담의 조건을 충족한다는 전제하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정상 회담이 매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김정은이 자기들의 역사적 과업인 핵보유국의 지위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며 바이든이 트럼프처럼 돌출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북미관계 역시 소강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남북관계도 순조롭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김정은은 어떻게든 한국을 패싱하고 미국을 상대로 무엇인가 얻어내려고 할 것이다. 

 

지금 한국은 주변국과의 관계가 매우 좋지 않다. 미국과의 관계도 예전처럼 순탄치 않고, 일본과의 관계는 계속 각을 세우고 있으며, 중국과의 관계도 사이가 좋다고 여기나 사드 이후 순탄치 않다. 여기다가 김정은과의 관계가 순항하나 했더니 최근에 와서 나빠지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과 채찍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즈음에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의 한국에 대한 불만표출과 도발을 통한 채찍 가하기가 더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시점에 우리의 외교채널은 제대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혼돈이다. 국가의 존망에 외교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국가의 역사에서 한 국가의 힘으로만 살아남은 국가는 없다. 외교와 동맹은 주변국의 침략과 배반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폴란드는 미국의 방위비 부담 요구와 유럽에서 EU의 곱지 않은 시각에서도 구소련 붕괴 이후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탈퇴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여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근대 이후 미국과 동맹을 유지해 왔다 중원대륙은 우리의 동맹이었다고 하나 중국은 역사적으로 우리를 속국으로 취급해 왔고 유사시에는 침략해 와서 자기들의 구미에 맞게 길들여 왔다. 우리의 긴 역사 속에서 한국이 지금처럼 한반도의 자주국 역할을 한 것도 드물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어쩌면 최강대국 미국과의 동맹이 한 몫 했을 것이다. 

 

미국은 우리를 두 번 배신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구한말 일본과 흥정하여 한국을 일본에 넘기고 그들은 필리핀을 차지했으며, 애치슨라인을 선언하여 김일성과 스탈린이 6.25 침략을 감행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미국은 즉각 연합군을 소집하여 이들을 물리치는데 공을 세웠다. 구한말 미일(美日)의 한반도 흥정과 애치슨라인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의 위상과 외교역량의 부족에서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영원한 우방이며 영원한 친미를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의 미래와 생존을 위해 잘 이용하는 실리외교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도 노력해야 의리 있는 친구로 남는다. 우방도 노력해야 우방으로 남는다. 오래된 친구는 노력하여 든든한 친구로 남기는 게 버리고 새 친구를 만드는 것보다 좋다. 친한 자는 노력해야 더 굳건한 친구가 되고 우방도 노력해야 더욱 강한 우방이 된다. 관계망에서 내 편은 더욱 공고한 내 편을 만들고 적은 순화하여 나에게 도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강한 자가 내 편일 때 다른 강자가 함부로 나를 넘겨보지 못하는 것은 관계망의 법칙이다. 미 대선의 판도가 변하는 시점에 우린 어떤 외교적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친미와 반미로 갈라진 현 한국 사회에서 미국 대선 이후의 외교의 앞날을 걱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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