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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행정혁신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김명선 의장 | 입력 : 2020/11/30 [16:38]

 

▲ 김명선 충남도의회 의장  © 뉴스파고


올해 충청남도와 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가 후반기로 접어들었다. 도의회 의장으로서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막대한 책임과 의무를 느낀다. 삼권분립을 통하여 권력의 왜곡과 집중을 견제하는 동시에 시대가 요구하는 지방정부의 혁신을 함께 이뤄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졌기 때문이다.
 

 

무거운 책임감이 뒤따르는 만큼, 행정사무감사는 늘 어렵고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220만 도민의 민의를 반영해야 한다는 성급한 마음 탓에 때로 적합한 말과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언어와 생각의 한계는 자칫 대화보다 고성이라는 손쉬운 선택을 하도록 유혹한다. 언어와 생각의 결핍은 의회의 한계이고, 의회의 한계는 민주주의의 한계이기에 충남도의회 의원들은 말과 사고의 감각을 기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충남도의회는 ‘소통 의정’을 목표로 남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소통 의정’이 추구하는 것은 한 단계 높은 자치와 분권,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기존 가치가 무너지고 새로운 가치가 실시간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팬데믹 같은 예측불가하고 동시다발적인 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의 등장이 요구된다. 

 

이제 시대는 유동적이고 다원적인 사회로 진입했다. 누군가를 쫓아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고 자기 스스로가 기준이자 표준이 돼야 하는 새로운 시대로 변화했다. 국가가 주도하고 하나의 거대 원리로 삶을 통제하는 시대는 종말을 맞이했다. 위험은 도처에 있으며 기회는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판단과 책임을 위한 권리를 개인 단위 수준으로 잘게 나눠야 한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은 우리의 선택이 아닌 시대의 명령이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은 관료주의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주권자의 참여와 요구가 커지는 만큼, 국가의 기능과 역할 또한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치사상가인 로베르토 보비오는 점증하는 민주주의의 요구와 참여는 이를 실행하는 국가의 규모와 기능을 증대시키고, 결국 거대 관료주의로 귀착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공무원 수가 대폭 증가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진전과 관련이 깊다.

  

앞으로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료의 몸집을 키우기보다 질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라는 괴물에 민주주의는 먹힌다. 이 대목에서 우리 충남도의회는 긴장감을 감출 수 없다. 의회의 전통적인 역할인 견제와 감시에 집중하면서도 공직사회의 혁신과 도전 분위기를 고양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의회는 행정부와의 견제하면서도 격려할 수 있는 새로운 신뢰 관계의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일하면 감사만 받을 것”이라는 공직사회의 오래된 보신주의를 “일하면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새로운 믿음으로 전환시켜야만 공직사회의 잠재력을 빼어난 실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보비오의 말대로 행정혁신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의회와 행정부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이 요구된다. 견제와 격려를 함께 아우르는 새로운 언어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아직 거칠고 서툴 지만, 42명의 의원 모두 더 가열 차게 언어와 생각의 한계를 뚫고 민주주의의 지평을 넓혀가는 충남도의회가 될 것을 도민께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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