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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칼럼] 김정은은 왜 쌀 대신 미사일을 선택했을까?

이상호 | 입력 : 2023/02/22 [09:26]

▲ 이상호(전 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뉴스파고

 

[이상호=전 천안아산 경실련 대표] 중국 한나라 때 무제는 강성 군주였다. 그는 나라의 기반이 튼튼해지자 주변 국가의 정복에 열을 올렸다. 우리 고조선도 한 무제의 침략을 받아 무너졌다. 한무제는 그 자리에 사군(四郡)을 설치하여 다스렸다. 그런 한 무제가 집요하게 정벌에 나선 것이 바로 흉노정벌이었다. 『사기』의 집필자 사마천도 그 흉노정벌에 실패한 이릉 장군을 변론하다가 궁형을 받아 사경을 헤매다 살아났다. 그러나 한 무제의 지나친 흉노정벌은 나라 재정의 고갈을 가져왔으며, 결국 무제는 일부 관직을 돈으로 파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 후 한나라는 점점 국정이 문란해져 가기 시작했다. 무제가 그토록 흉노와 주변국 정벌에 집착한 것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지난 18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전 계획 없는 불의 명령”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기습 발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미사일은 김정은이 18일 오전 8시 발사명령서를 하달하고 9시간 22분 뒤인 오후 5시 22분 발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여정 부부장의 성명을 통해 “우리에 적대적인 것에 대해 매우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며 “남조선(한국) 것들은 상대할 의향이 없다”고 하면서 한국을 무시하고 상대는 미국임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기습적인 발사와는 차원이 다른 노골적인 것이었다.

 

그동안 김정은은 계속하여 대남 도발뿐 아니라 미국을 향해서도 날 선 비난과 함께 미사일을 발사해 왔다. 그리고 핵미사일 개발을 공공연하게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 김정은이 발사한 미사일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잦았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딸까지 대동하고 군대를 사열하고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기도 한다. 그것은 김정은이 북미대화 때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런 모습은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린 자녀들에게 전쟁은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것만 아니다. 감정은은 2019년 3월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 대회’에 보낸 서신에서 “전체 인민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을 실현해 주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2021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인민의 주식을 감자와 옥수수에서 흰 쌀밥으로 바꿔주겠다고 장담했다. 이것을 보면 김정은의 중요한 목표 하나는 북한의 농업과 경제발전이었다. 그러나 그 길은 묘연하다. 김정은은 그 선언과는 전혀 다른 핵과 미사일 개발 및 발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농업과 경제 현실은 매우 처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김일성이 장담하던 ‘이밥에 고깃국’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이 죽은 후 1900년대 중 후반 ‘고난의 행군’ 때 수백만 명의 주민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지금도 농업 생산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 가뭄과 홍수, 흉년이 지속되고 있다. 거기다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제재 조치로 더욱 힘이 든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경제제재 조치의 빌미가 되는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농업과 경제 회생을 위한 투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유 세계에 비하면 어림 쪽도 없을 정도이다. 북한은 낮은 GDP(국내총생산)에도 막대한 돈을 군사비에 지출한다. 미국 국무부가 누리집에 공개한 보고서인 “2021년 세계군사비 및 무기 거래 보고서(WMEAT)에 의하면, 북한의 군사비지출은 GDP의 26.4%이다. 이는 분석 대상 국가 170개국 중 가장 높다. 북한은 군사비지출 외에 농업이나 다른 경제 회생에 지출할 돈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분야는 노력동원 외에는 방법이 크게 없다. 북한 주민은 연속적인 고난의 행군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그동안도 국제연합 안전보장 이사회의 결의를 수없이 위반하면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실험, 수중발사 실험, 고각 발사 실험 등 다양한 각도에서 미사일 발사실험을 해 왔다. 그리고 수천 발의 방사포를 발사해 왔다. 이것은 전천후 미사일 발사 및 공격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한국의 킬체인 체제를 무력화시키고 미국의 개입을 막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런 과정에서 북한 주민은 식량난에 허덕이면서 굶주려 가고 있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한 북한 주민의 삶은 고난의 행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김정은은 왜 그토록 핵과 미사일 등 군사력 강화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김정은의 체제 불안에서 기인한다. 김정은은 자신의 안위와 세습 체제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쩌면 밤잠을 설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징조는 애연가라 하지만 그가 피우는 엄청난 양의 담배와 어린 자녀들까지 미사일 발사장에 대동하고 나서는 모습, 그리고 그의 평상시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평상시의 모습도 여유 만끽하는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이 깃들어 있다. 잘못하면 자기 대에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회고록에서 밝혔듯이 암살 불안, 차후 중국 간섭에 대한 불안 등 다양한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불안감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불안감은 스트레스로 작용 하지만 대비하는 능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그 불안감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군사적 공격 능력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그 고도화가 북한 세습 정권을 지켜줄 것이라고 김정은은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김정은이 그렇게 장담한 흰쌀밥을 포기하고 핵과 미사일을 택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국방력이 약해서만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먹고 사는 일을 포함한 경제의 문제이다. 불안하고 힘든 북한 경제에 조금이라도 정치적 균열이 생기면 북한 정권은 무너진다. 김정은이 군사력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민생을 계속 등한시한다면 강성했던 중국 한 무제의 체제가 뒷날 균열이 생기듯, 분명히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김정은이 자기의 체제 불안감으로 핵과 미사일 등에 집착하느라 쌀을 포함한 농업 생산과 경제부흥을 등한시한 결과는 부메랑으로 그에게 돌아갈 것이다. 생명과 체제에 대한 불안감의 지속은 늘 잘못된 판단과 집착을 가져와 자신을 파멸하고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습 체제의 항구적 유지를 위해 쌀 대신 핵과 미사일을 택한 김정은은 나중에 자신이 파 놓은 덫에 걸릴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설령 김정은이 이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가 가는 길을 결코 포기하지 못할 만큼 심한 편집증에 빠져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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