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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자원외교에 산업은행·농협중앙회·수출입은행 해외펀드 '깡통' 전락

한종수 기자 | 입력 : 2017/11/10 [18:18]

산업은행, 농협중앙회,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은행들이 참여한 해외자원개발투자펀드가 손실을 줄이거나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방치해서 ‘깡통펀드’로 전락하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     © 뉴스파고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에 따르면 최근 2,600억 원에 달하는 커다란 평가손실을 불러 온 산업은행의 트로이카 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는 납득하기 힘든 운영‧관리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2009년 5월 지식경제부가 산업은행(GP)을 내세워 SK에너지, 삼천리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조성한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는 2011년 12월 2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 가스정 490개를 인수했다.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는 2011년 12월 MMBtu당 4달러선에서 미국 텍사스 가스정 490개를 인수한 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지속해서 폭락해 2012년 5월 2달러선까지 추락했다가 서서히 상승해 2013년 3월엔 4.5달러, 2014년초에는 5달러선 까지 올랐다.

 

만약 2013년 2월부터 2014년 9월사이에 적절한 시기에 매각했다면 손실을 크게 줄이거나 만회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3년말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의 평가손실은 159억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산업은행을 비롯한 운용사들은 가스정 인수 초기에 급격한 국제 천연가스가격 하락을 겪어야 했음에도 적정 매각시기를 방치한 끝에 2016년 5월 2달러선으로 값이 떨어지자 비로소 일부를 매각해서 1,084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운용사는 남은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 1호와 3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실제 총손실 규모는 3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와 관련해 2009년 12월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에 334억원을 투입했으며, 현재 319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펀드 운용사가 490개에 달하는 미국 텍사스 가스정의 적정 매각시기를 놓친 탓에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공기업 등 투자기관들이 그 대가를 치른 셈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사실상 산업은행의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펀드에 참여하면서 묻지마 투자를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이 김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펀드는 집합투자기구를 조성한 다음 투자 대상을 정하는 블라인드 펀드 형태로 조성됐다. 이로 인해 한국수출입은행은 투자 타당성 평가를 할 수 없었다.

 

특히 MB정부때인 2009년 2월 4일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유한책임사원(단순투자자)인 한국수출입은행은 투자 타당성 평가는 물론, 투자 심사와 투자 대상 선정에도 관여할 수 없었다.

 

사정이 이럼에도 2009년 12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5년간 산업은행을 비롯한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펀드 운용사들은 운용보수 179억원을 챙겼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8월 농협중앙회는 에너지홀딩스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해외유전(셰일가스)사모펀드인 마이애셋텍사스하이앤드유전 특별자산 1호에 상호금융자금 172억원을 투자했다. 당시에 농협중앙회와 함께 동부화재가 같은 금액을 투자했다. 농협중앙회가 대규모 자원개발 투자에 앞서 국내 해외자원개발 투자의 선례를 남긴 것이다.

 

문제는 헨리허브가격을 기준으로 천연가스 국제가격이 2008년 5월 MMBtu당 14달러선부터 2009년 7월 3달러선까지 끝없이 폭락하던 도중에, 농협중앙회가 8달러선에서 미국 텍사스 가스개발 펀드에 서둘러 투자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특히 국내 최초 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에 농협중앙회가 다른 금융사들보다 앞서 회원 농축협이 맡긴 상호금융자금을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특별회계는 회원 농축협으로부터 위탁받은 자금으로 운용된다는 특성상 신규 투자에 극히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실제로 수익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후에 투자하는 패턴을 보여 온 농협 상호금융이 새 투자처에 다른 금융사보다 서둘러 뛰어든 점은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다.

 

2010년이후 셰일가스 개발 확대가 궁극적으로 국제 천연가스 요금을 하락시킬 것이란 국내외 보고서들이 줄이었음에도, 농협중앙회가 5달러선에서 매각이 가능했던 2010년 1월부터 2011년 6월, 그리고 2013년 2월부터 2014년 10월 사이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016년 들어 2달러선으로 추락하는 일을 방치한 끝에 160억원을 잠정손실 처리한 것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매각은 전적으로 자금운용사의 결정에 달린 것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서 매각을 거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현권 의원은 “최근 해외자원개발펀드의 손실 규모가 공개되면서 납득하기 힘든 가스 개발 펀드 조성과 투자, 그리고 운용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면서, “MB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부친 해외자원개발 정책이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특별회계는 물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공공성이 강한 국책성 금융기관에게 우선적인 피해를 안겼다는 점에서 골깊은 관치금융의 폐해를 다시금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속히 농협금융이 관치금융이란 오명을 벗고 농민 조합원의 경제사업을 지원하는 농협금융으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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