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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인이 가난한 선진국은 없다
기사입력  2018/09/03 [15:05] 최종편집    이종신 천안지사장

 

▲ 국민연금공단 이종신 천안지사장     © 뉴스파고

[국민연금공단 천안지사장 이종신] 세계인이 사용하는 쿼라(Quora)라는 질의응답 사이트가 있다. 이 웹사이트에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요?(Is South Korea developed?)”라는 질문이 있는데, 거의 모든 답변에서 국민소득, IT인프라, 인간개발지수(HDI) 등을 들어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답변도 더러 눈에 띈다. 그 중 폐지를 모아 손수레에 싣고 다니는 노인들의 예를 들며 노인빈곤 문제를 언급한 답변이 여럿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모습이지만 외국인이 보기에는 발전된 국가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부분인 모양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사회의 노후빈곤 문제는 심각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7%로 수년째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OECD 평균은 12.5%). 2위인 라트비아와도 무려 19.2%P의 차이를 보였고, 최근에도 계속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민연금 제도개선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최근에 발표된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기금이 지난 3차 추계 때보다 3년이 앞당겨진 2057년경에 소진된다고 한다.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못 받거나 연금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국민들은 ‘국민연금 폐지’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는 기금 소진시기를 늦추고 재정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항간의 우려와는 달리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재정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건전한 상황이다. 연금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들은 대부분 부과방식으로 운영하여 적립기금이 없거나 5년 이내의 기금만 적립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기금은 현재 기준으로 약 640조원이 적립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의 보험료 수준(소득의 9%)을 유지하더라도 향후 30년 동안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노인빈곤 문제해결이 더 시급한 현안이 아닐까 싶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의무적으로 연금을 운영하는 22개국의 평균 연금보험료율은 18.4%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연금급여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대체율은 OECD 국가 평균이 52.9%이나 우리나라는 40%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소득대체율은 가입기간 40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가입자들의 평균가입기간(2017년 신규 연금수급자 평균 가입기간 17년)을 감안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낮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에 비하면 급여액이 높은 편이지만 노후보장을 위해서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199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적용되기 시작한 이후 두 차례 연금개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급여수준(소득대체율: 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이 70%에서 60%로, 다시 40%까지 낮아지게 되었다. 한편 보험료율은 20년간 9%에 머물고 있다.

 

현재 다수의 노인들이 빈곤한 이유는 애초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잦은 제도변경조치로 명목소득대체율이 낮아졌고,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하여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이 채 안 될 정도로 짧아 실질소득대체율이 더욱 낮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들도 앞으로 현재의 노인세대와 마찬가지로 빈곤한 노후를 보내게 될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국민연금 제도개선은 급여수준을 높여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보험료 부담이 일부 늘어날 수 있으나 연금 급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다행히 대통령도 8월 2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검토, 노후소득 강화 목표 설정과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을 당부했다.

 

아무쪼록 앞으로 있을 사회적 논의에서는 국민연금의 목적에 맞게 기금의 소진보다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이 모색되고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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