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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라진 치즈 공방
"천안에서 ‘SK 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라는 치즈는 사라지고 없어"
기사입력  2019/03/11 [10:37] 최종편집    이상호

 

▲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 뉴스파고

    

[이상호 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아주 먼 옛날, 멀고 먼 곳에 스니프(킁킁거리며 냄새를 맞는다는 의성어)와 스커리

(종종거리며 급히 달린다는 의미의 의태어)라는 두 마리의 생쥐와 헴(헛기침 한다는 의미의 의성어)과 허(점잔을 뺀다는 의미의 단어)라는 생쥐만한 꼬마 인간이 있었다. 그들은 미로 속에서 맛있는 치즈를 찾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스니프와 스커리의 두뇌는 매우 단순했지만, 직관력은 뛰어났다. 그들은 치즈를 찾기 위해 간단하지만, 비능률적인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반면에 헴과 허는 생각하고 과거의 경험을 살리는데 의존했다. 그들은 자신의 소신과 감정으로 혼란에 빠지고 의견의 충돌로 다투기도 했다. 그러나 넷에게 맛있는 치즈를 찾는 것만큼은 공통점이었다. 어느 날 그들은 각자 좋아하는 치즈를 치즈 창고 C에서 찾게 되었다.

 

그 후 매일 아침 생쥐와 꼬마 인간은 달리기에 적합한 옷을 입고 치즈 창고 C로 향했다. 그것은 그들의 일상이었다. 스니프와 스커리는 여전히 아침 일찍 일어나 치즈 장고를 향해 미로를 달렸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헴과 허는 미로가 익숙해지자 늦게 일어나 천천히 옷을 입고 C 창고로 걸어갔다. 스니프와 스커리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운동화를 벗어 끈으로 묶어 목에 걸었지만, 헴과 허는 느긋한 마음으로 자리 잡고 앉아 운동복까지 벽에 걸고 운동화는 아예 슬리퍼로 바꿨고, 가장 편한 자세로 치즈를 먹었다.

 

꼬마 인간들은 행복과 성공을 즐겼고 창고 안의 모든 치즈가 자기들 것이라 믿었다. 그들은 치즈 창고 근처로 이사까지 와서 안정적인 생활을 만끽했다. 오만해지고 나태해졌다. 그러나 스니프와 스커리는 매일 하던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조심스럽게 창고를 두드려 보고 치즈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C 창고에 도착했을 때, 치즈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스니프와 스커리는 놀라지 않고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새로운 창고를 찾아 나섰다. 그들은 이미 치즈가 줄어들고 있으며, 언젠가 동이 날 것을 알아차렸다. 생쥐들은 지나치게 분석하지도 않았고 너무 많고 복잡한 생각에 눌려 행동을 미루는 법도 없었다. 그러나 늦게 C 창고에 도착한 헴과 허는 사라진 치즈를 놓고 불안해하고 소리를 질러대고 따지고 화를 냈다. 그들은 사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치즈가 사라졌다는 것은 믿고 싶지 않았다,

 

헴과 허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C 창고 안의 사태를 분석하며 토론을 거듭했다. 헴은 사라진 치즈 창고에 더 집착했다. 배고픔은 더해갔고 마음에 좌절과 분노가 생겨 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기도 했다. 그사이 스니프와 스커리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N 창고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발견하여 맛있게 먹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헴은 여전히 사라진 치즈에 대한 분석과 불만에 빠져 있었다. 허는 더는 기다릴 수 없어 혼자 새로운 치즈를 찾아 온갖 고생을 한 끝에 N 창고를 찾는다. 이미 와서 치즈를 맛있게 먹고 있는 스니프와 스커리도 만난다. 그리고 미로를 찾아오던 길에 메모한 것을 제발 헴이 보고 찾아오기를 바란다.

 

위의 이야기는 한 때 전 세계 CEO들에게 찬사를 받았던 책인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저/이영진 번역/진명출판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지금 이 이야기를 되새겨 보는 것은 최근 하이닉스 대상지가 용인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천안시와 충남도에서 보여준 한심함 때문이다.

 

뒤늦게 충남도와 도의회, 천안시와 시의회는 한목소리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양승조 도지사도 기자회견을 열고 SK 하이닉스가 용인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국가발전전략 근간인 균형발전에 매우 위배 되는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충남도 의회도 산업통상자원부 청사 앞에서 유병국 의장 명의로 “정부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이미 제조업이 포화 상태인 수도권에 대규모 공장을 신설한다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면서 규탄과 재고를 촉구했다.

 

책임 공방은 여야정치인들 사이에도 첨예했다. 자유한국당 충남도당 이창수 위원장과 신진영 천안시 당협 위원장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SK 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은 천안의 중요한 성장동력이었는데 무산됐다. 도지사는 일본에 나가 있고 시장은 브라질 출장 중이라니 어떤 발상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 도지사와 시장의 안일과 무능을 규탄했다. 이완구 전 총리도 "어디서 무얼 하다가 이제와서 뒷북을 치냐"면서 가세했다.

 

필자가 검토한 바에 의하면, 충청남도와 천안시는 치즈 우화의 헴과 허에 가깝다. 용인의 경우 오랫동안 시와 시의회가 성명서, 결의대회 등 갖은 노력을 다했으며, 구미의 경우 전자공업의 메카 재건을 위한 노력이 정말 강했다. 청주도 천안보다 컸다. 이는 중앙과 지방의 각종 매체와 해당 시의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 노력물에 의해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천안의 경우 SK 하이닉스 클러스터 유치에 대한 언급은 지난 지방 선거나 재보궐 선거에서도 전혀 없었다. 천안시와 충남도의 노력도 부족했다. 그런데 분노와 책임 공방만 강하다.

 

아마 용인은 수도권 규제와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안 되고 천안은 수도권과도 가깝고 삼성전자 등이 있으니 최적의 입지라고 믿었을 수 있다.

 

그것은 오산이다.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 산업 육성 차원이라면 구미가 더 절박하다. 청주는 이미 SK 하이닉스와 밀접한 곳이다. 청주는 계속 사업으로 중앙을 압박하기 위해 30여 명으로 구성된 ‘충북도 국토 균형발전 및 지방 분권 촉진 협의회’위촉식도 가졌다.

 

어쩌면 천안이 가장 불리한 지역이다. 그런데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은 창고에 쌓인 치즈가 사라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헴과 허와 다를 게 없다.

 

이제 천안에서 ‘SK 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라는 치즈는 사라지고 없다. 그래도 여야 정치권은 서로 책임 공방만 할 것인가? 충남도와 천안시는 분노와 규탄만 할 것인가? 정말 새로운 치즈를 찾아 나서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 현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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