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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로 세상 읽기】꽃샘추위 아침의 성찰
기사입력  2019/03/15 [09:09] 최종편집    이상호

 

▲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뉴스파고

 

[이상호 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엊그제까지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었다. 어제 일기예보에서 추위가 닥치고 이에 따라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라 했다. 그 일기예보는 맞았다. 새벽에 방안으로 영하를 알리는 듯한 찬 느낌이 들어와 평소보다 일찍 깼다. 강한 꽃샘추위였다. 기억 속에 잠든 정연복 시인의 시를 꺼내 읽었다.

    

밤손님같이 찾아온

꽃샘추위에

    

오늘 아침 세상은

다시 겨울이다

    

손에 잡힐 듯했던

봄날을

    

밤새

도둑맞은 느낌이다.

  -정연복 <꽃샘추위>-

    

봄이 왔다고 마음의 끈을 풀고 두꺼운 옷은 벗어 버렸다. 봄나들이 계획도 세우고 할 일에 잔뜩 부풀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고 나니 오던 봄은 간데없고 추위가 닥쳤다. 분명 오늘 아침은 겨울이다. 어제까지 손에 잡힐 듯하던 꿈과 희망, 설렘이 밤새 도둑을 맞은 느낌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저 오고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도 성공도 문명도 그렇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견디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가운데 다가온다. 봄이 마치 꽃샘추위의 시샘과 시련을 겪고 난 후에 진짜 오는 것처럼 말이다.

    

꽃샘추위는 이른 봄 날씨가 포근해지자 숨을 쉬고 고개를 내민 꽃봉오리를 갑작스럽게 내려간 기온과 바람이 움츠러들게 하는 추위이다. 겨울철 내내 한반도에 있던 시베리아 기단이 약화되면서 기온이 상승하다가, 갑자기 이 기단이 일시적으로 강화되어 발생하는 이상 저온현상이다. 그래서 ‘되돌이 한파’라고도 한다.

    

꽃샘추위는 대체로 2월 말부터 4월까지 나타난다. 꽃샘추위는 봄이 왔다고 느긋해진 각종 식물과 사람들에게 강한 긴장을 주고 냉해를 입히는 등 피해를 주기도 하며, 4월에 벚꽃의 개화 시기를 갑자기 늦추기도 한다. 지역적으로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서쪽 지역인 인천, 군산, 목포 등 서해안 지역이 시베리아 기단에 의한 북서풍 계의 영향을 많이 받아 2월 하순부터 3월에 많이 나타난다. 강릉, 울진, 대구 등 동쪽 지역은 오호츠크해 고기압 등 한랭한 북동기류에 의해 4월 상순에 더 많이 나타난다. 서해안 지역은 동해안 지역보다 발생일수가 많고, 농산어촌 지역이 대도시지역보다 많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꽃샘추위를 반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반기는 듯하다. 지난겨울은 무척 칙칙하고 어둑했다. 상당한 기간 미세먼지가 가득한 흐린 날의 연속이라 햇빛 보는 날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유독 봄이 기다려졌다. 그러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많을 것이란 예측 때문이었다.

    

그것은 적중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봄은 대규모의 미세먼지를 몰고 왔다. 열흘 이상 계속된 미세먼지는 문명이 재앙이었다. 밖에 나가기가 두려웠다. 기다리던 봄나들이나 농사일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었다.

    

자연과 문명은 모두 인간을 완벽하게 이롭게 하지 않는다. 이롭게 하는 만큼 위기와 위험도 가져다준다. 특히 문명은 인간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지만, 위험과 부작용도 초래한다. 화약과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은 그 유용성이 컸지만, 엄청난 인간 파괴의 수단이었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사람의 삶과 생산방식 나아가 사회구조까지 뒤집었다.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냈고 투쟁하는 사회로 변화시켰다.

    

뒤를 이은 가솔린, 디젤 기관차, 제트 엔진 등 내연기관의 발명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가져 왔다.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와 인류의 실시간 이동이 가능하게 만들어 강력한 이동의 자유를 선물해 주었다. 전기와 전자의 발명과 발전은 세계를 하나의 소통공간으로 만드는 것 이상의 선물을 주었다.

    

그러나 자동차로 대표되는 모든 내연기관은 적어도 백 년 이상 인간의 삶을 완벽하게 지배하면서 준 혜택 이상으로 인류를 매연과 미세먼지 속에 빠뜨렸다. 디젤 기관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는 혁명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강력한 매연유발의 흉기가 되었다. 원자력의 발전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의료기술의 획기적인 발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혜택을 주었지만, 엄청난 파괴력과 재앙을 초래하고 있음을 우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그리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통해 뼈아픈 경험을 했다. 건축술의 발달은 도시 문명의 상징인 거대한 빌딩을 포함한 구조물을 탄생시켰지만, 자연파괴와 지구 온난화를 부추겼다.

    

이처럼 문명은 그것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만큼 피해도 주었다. 인간은 문명이 주는 편리함과 이익에 노예가 되어 그 피해를 직감하지 못하고 눈감아 온 적도 많다. 사실 지난 열흘간 전국에 몰아친 닥친 미세먼지가 상당 부분 중국서 날아왔던, 북한서 날아왔던, 자체 생산되었던 분명한 것은 문명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피해였다. 이처럼 문명은 항상 두 얼굴을 지녔다.

    

그러나 우린 그 문명의 창조물들을 도외시하거나 함부로 파괴해서도 안 된다. 노벨이 자기가 만든 창조물이 인류에게 평화롭게 사용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노벨상을 만든 것처럼, 문명의 창조물들을 평화롭고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다이너마이트는 인류 파괴의 괴물이었지만 인간에게 엄청난 힘을 준 도구로 활용되었으며, 원자력은 모든 영역에서 생명과 발전의 도구로 되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인류는 에너지 걱정 없는 세상을 꿈꾸며 칭송했지만, 그 가공할 위험성은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다. 그러나 더욱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원자력 연구는 원자력을 넘어 핵융합 발전 나아가 태양을 닮은 에너지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 전개될 모든 문명의 창조물도 인간에게 편의를 가져다주는 만큼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노벨이 바랬던 것처럼 문명의 위험과 재앙은 지혜로운 인간들에 의해 늘 안전하고 평화롭게 진화를 거듭해 왔으며 앞으로도 진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창조를 이룰 것이다. 문명의 재앙을 거듭한 인간은 앞으로 창조될 문명의 기술과 도구들을 피해 없는 안전하고 쾌적한 것으로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다.

    

꽃샘추위는 분명 봄의 방해물이며 웅비를 기다리는 모든 생명에게 큰 장애였지만, 미세먼지란 재앙을 몰아냈다. 꽃샘추위와 북풍처럼 문명의 재앙을 몰아내는 인간의 지혜도 있다. 모든 문명은 혜택과 피해를 안고 있다. 미세먼지를 몰아낸 꽃샘추위가 몰아닥친 아침, 정연복의 시를 읽으며 문명과 인간의 지혜를 성찰한다. 인간이 더욱 지혜를 발휘하여 인간다움과 평화로움을 추구하며, 인내하고 화합하여야 한다는 것도 깨닫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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