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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판결, 그 자체를 법정에 세우자고요!”...<법원을 법정에 세우다>공연 중

한광수 기자 | 입력 : 2019/04/20 [07:09]

“그래서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원칙, 룰, 예, 그거 바꾸자구요. 부당함은 판결에 있는데, 왜 그 판결을 받은 사람이 다시 재판을 받느냐구요!

재판의 대상이 원칙에 안 맞는다고요! 나쁜거 그 자체, 부당한 판결, 그 자체를 법정에 세우자고요!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中)

 

 

[인터넷언론인연대]공수처 설치가 개혁 입법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재판거래 등 사법부가 안고 있는 문제가 많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문제를 안고 있는 사법부를 법정에 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사법농단에 신음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법원을 법정에 세운다는 절박한 상상이다.

 

물론 기판력을 금과옥조로 삼는 사법부이다 보니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고 자유로운 상상이 꽃피는 연극무대에서는 어떨까? 사법농단에 맞서는 현실 법정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는 연극이 바로 그 문제의 작품이다. 

 

◆“법 보다 사람이 우선인 세상은 올 수 없는가?”

사법농단을 꼬집는 연극이 공연된다. 또 이를 통해 사법농단의 뿌리를 뽑아보자는 움직임이다. 4월 19일부터 5월 19일 까지 대학로 드림아트 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이하 연극 법법세)’가 바로 그 작품이다.

 

연극 법법세는 ‘법’앞에서 여전히 우리는 약자임을 보여준다. 배우 맹봉학이 열연한 주인공 신평호 변호사는 자신의 소송조차 해결하지 못하지만 변호사의 책임감으로 해고노동자의 사건을 맡는다.

 

하지만 이렇게 수임한 이 사건 조차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들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안 되는 이같은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현실에 맞선다.

 

배우 김용선이 맡은 선배 판사역은 사법부의 메신저다. 사법부가 성역이고 또 그 성역을 건드리는 것이 일이나 무모한 일인지를 일깨워 준다. 그는 ‘상부’의 메신저로 신평호 변호사를 회유하기로 하고 협박하기도 한다. 그 회유와 협박의 모습은 법복 뒤에 숨어 있는 그들만의 거래 행태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캄비세스 왕의 심판’...법이 세상을 지배하는 요상한 세상! 

연극 법법세의 첫 장면은 헤라르트 다비트가 고대 페르시아의 정의로운 왕 캄비세스의 이야기를 옮긴 ‘캄비세스 왕의 심판(The Judgment of Cambyses)’을 내레이터가 설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황제 캄비세스(Cambyses)는 시삼세스 판사가 뇌물을 받고 잘못된 판결을 하자. 산채로 판사의 피부 가죽을 벗기는 형벌을 내린다. 다른 모든 법관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모두 처벌과정을 지켜보도록 하고, 벗겨낸 가죽은 판사가 평소 사용하던 판관 의자위에 깔았다.

 

그리고 새 재판관으로 시삼네스의 아들 모타네스를 임명하여 제 아비의 가죽이 깔린 재판석 의자에 앉도록 하였다.

 

‘캄비세스의 왕의 심판’처럼 잘못된 판결로 판사의 가죽을 벗긴들. 그로 인해 피해 받은 국민들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그로 인해 피해받은 국민들의 마음의 상처는 누가 위로해 줄 것인가? 사람이 만든 법이 사람을 지배하는 요상한 세상이다.

 

◆원작자 신평 변호사 “연극이 사법농단 뿌리 뽑는 역할 했으면 한다”  

일기형식으로 된 원작을 극본으로 만든 신성우 작가는 지난 18일 오후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이루어진 프레스 콜에서 원작과 비교해서 어떤점을 이야기 하고 싶었느냐?는 물음에 “신평 변호사의 사법체계에 대한 고민과 그의 직업만 착안하고 나머지는 새롭게 작품을 만들었다”면서 “판결이 부당하면, 부당한 판결보다 그 판결을 받은 사람이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현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법원을 법정에 세운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부당한 판결 그 자체를 심판하자는 생각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그런 생각일 것”이라면서 “판사의 독립성과 법체계의 안정성을 위해 허무맹랑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감수해야 한다. 이야기를 써서 무대에 올리는 것이 사법개혁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공연을 통해 저희는 이 사회의 동료 구성원들에게 외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원작자인 신평 변호사는 “법조 브로커 그런 말들에서 나타나는 법조비리 현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우리가 파악을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지난 촛불혁명 과정과 사법적폐 수사과정에서 뜻밖의 것이 튀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권력자가 재판에 너무나 쉽게 개입해서 그 결론을 바꾸는 현상을 목격했다”면서 “이것을 우리는 사법농단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한국에서는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대법관 또는 행정처 등 고위법관을 통해서 판결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관선변호’”라면서 “전관예우보다 더 문제가 많은 이 같은 관선변호가 무제한으로 횡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법부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신평 변호사는 이 같이 꼬집은 후 “국회의원들이 쉽게 재판에 개입한다. 이렇게 해서 사법의 공정성이 훼손되면서 전국에서 사법피해자라는 사람들이 피를 토하고 있다”면서 “이 연극이 전체를 다 비추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쪼록 사법농단의 실체를 드러내고 그 뿌리를 뽑는 역할을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희망했다.

 

지난 19일 시작된 공연은 다음달 19일(일요일)까지 한 달 간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혜화역 1번 출구에서 도보 3분, 종로구 동숭길 123)에서 열릴 예정으로, 평일(화요일 휴무)에는 오후 8시, 주말이나 공휴일엔 오후 4시에 연극이 시작된다.  

 

시놉시스

판사 출신 변호사인 신평호. 판사들의 금품 수수를 내부 고발했다가 재임용에서 탈락된 과거를 가진 그는 이번에는 동료 변호사의 비리 의혹을 공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내부고발에 부정적인 주위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평호는 공정한 판결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고수한다. 하지만 내내 유리하게 진행된 재판의 결과는 예상 밖의 패소. 그런 와중에서 소소한 사건의 변호를 맡으며 근근이 변호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어느날 법원으로 가는 중에 ‘수연’기자를 만난다. 수연은 평호에게 00실업 전 노조위원장 ‘경중’을 소개시켜 주며 사건을 의뢰한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에 충격을 받고 향후 대응을 준비하느라 평호는 부당한 판결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던 해고 노동자 경중을 잊고 지내는데... 그러는 사이 궁지에 몰린 경중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자신이 머뭇거리는 사이 무고한 시민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수 있다는 생각에 평호는 사건을 맡기로 한다.

 

평호, 수연, 경중은 의기투합하여 부당한 판결을 법정에 세우기로 하고 세상에 알리기로 한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성역인 사법체계는 이들에게 너무 견고한 담장이었다. 끝내 사법부의 배려를 거부하고 모든 걸 걸면서 다시 한번 시작하기로 한 이들은 진정 그들의 뜻을 이룰수 있을 것인가?

 

적당히 사법부의 배려를 받아들이면서 현실 타협을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니었던가? 작품의 인물들은 거부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자신들의 원했던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희망을 다시 찾는다.

 

원작자: 신평, 극본: 신성우, 연출: 박장렬, 출연진: 맹봉학 김용선 정종훈 김지은 문창완 김진영 김천 최지환, 스탭진: 무대 엄진선, 조명 김철희, 의상 양재영, 음악감독 박진규, 무대감독 최지환, 조연출 김병수, 음향오퍼레이터 김희애, 조명 오퍼레이터 차지예 

주관 : 극단 청산, 지공연 협동조합   제작 : 저널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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