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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 상반된 이해득실 저울질보다 외교적 합의로 신뢰회복 구축
기사입력  2019/07/27 [18:57] 최종편집    오수균

 [본 기고문은 필자의 개인의견으로 본 뉴스파고의 의견이 아님을 알립니다]

 

▲ 강동대학교 오수균 교수     ©뉴스파고

  

[강동대학교 교수/천안아산경실련 집행위원장=오수균]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강화는 안전보장 상 이유에 따른 운영상 조차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일본정부의 당국자는 지난 22일 한국특파원단과 만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은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 전략물자관리와 관련한 문제는 아직까지 발생한 것은 없지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어 한국을 전략물자수출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말했다. 일본정부는 24일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형식적인 의견수렴절차를 마치고 내달 중순께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할  계획이다.(한국경제신문, 2019. 7.24.)  

 

대외무역법에서 전략물자(strategic goods or materials)란 국제수출통제체의 원칙에 따라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maintenance of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와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를 수출허가 등 제한이 필요하여 지정고시한 물품 등을 말하며 국제수출통제체제는 다음과 같다(법 제19조 제1항 및 영 제32조).

 

여기에는 ① 바세르나르체제(WA) ② 핵공급국그룹(NSG), ③ 미사일기술 통제체제(MTR), ④ 오스트레일리아 그룹(AG), ⑤ 화학무기의 개발․생산․비축․사용금지 및 폐기에 관한 협약(CWC), ⑥ 세균무기(생물무기) 및 독소 무기의 개발․생산․비축금지 및 폐기에 관한 협약(BWC)이 있다.

  

즉, 전략물자란 대량살상무기(WMD) 및 그 운반수단의 개발․제조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일반 산업용 물품 및 기술을 의미한다. 탄소섬유인 테니스 라켓이나 낚시 대는 재질에 따라 미사일동체로 사용될 수 있고 또 트리에탄올아민의 재료인 샴푸 및 화장품도 화학무기의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어 이를 전략물자로 분류돼 수출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통제사양에 미달하여 전략물자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대량파괴무기 등(전략물자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의 제조 등(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에 전용될 우려가 의심되는 상황인 경우에는 수출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는 것을 상황허가(catch-all)라 한다.

  

일본정부는 지난해 10월 말 대법원의 전범기업에 대한 징용배상 판결이 나온 후, 자국 기업에 대한 피해의 대응책으로 양국 간 협의(금년 1월) 및  중재위원회 설치(5월과 6월)를 한국정부에 요청하였으나 한국정부는 이를 거부하였다. 한국정부는 대법원판결을 존중한다며 일본정부에 대해 한국정부가 위자료 지급주체에 포함된 ‘1+1+α(한일기업+한국정부)’ 방안을 제시한 상태로 협상중인 것 같다. 대표적인 전범기업은 미쓰비씨, 도요타, 닛산, 가와사키, 니콘, 아사히, 히타치, 도시바, 후지 등이 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차관 1억 달러였으며, 그 후 노무현 대통령은 개인 청구권은 살아있지만 1965년 협정에 따라 행사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강제징용 문제는 청구권 협정에 포함됐다는 결론에 이르러, 2007년 특별법을 제정해 강제징용 피해자 7만 2631명에게 위로금․지원금 6184억 원을 지급한 바 있다. 현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정부와 일본정부의 대립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충돌도 이어지고 우리 정부는 WTO에 일본정부의 무역규제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반면,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의 전략물자관리를 의심하며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여, 일본이 주장하는 전략물자에 대해 한국에 수출을 완전히 금지·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 물품 하나하나를 일본 정부가 통제․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수출심사는 최장 90일까지 할 수 있고 필요하면 89일 째 되는 날에, 문제를 삼으면 그날로부터 90일간 또 다시 통제․심사가 가능해진다.   일본정부의 이런 조치는 한국정부의 위안부 협약의 일방적 파기 및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판결과 함께 전략물자의 허술한 관리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의 표방과 함께 한국에 수출하는 전략물자에 대해 과거 2004년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지정해 오던 것을 금번에는 배제시키겠다며, 현재 수출무역 관리 령(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이다. 

  

과거 미국의 닉슨과 키신저는 중국과 손잡고 점점 강해지는 (구)소련의 세력을 억누르고자  미중외교 관계의 성립 과정에서, 마오쩌둥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에 대해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미국은 자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국을 서구처럼 평화로운 민주주의 국가로 바꾸기 위한 경제 개입에 앞장서서 추진하면서 2001년에는 중국을 WTO에 가입시켰다. 결국 중국의 경제 성장은 민주화로 이어지지 않고 경쟁력을 갖춘 더 강력한 독재국가로 발전했으며, 또 중국은 ‘중국 제조2025“ 전략을 수립해 공산당 창설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은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고도 투자와 기술을 빠르게 이전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러나 패권경쟁에 도전하는 중국을 용납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 부과 등을 통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결국 일본의 아베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적용하였던 방법을 그대로 한국정부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한다. 

  

WTO발효(1995. 1. 1) 이후 각 국가의 시장은 완전히 개방되고 무국적 무한경쟁 속에서 글로벌가치사슬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3대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HF),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와 포토리지스트(PR)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는, 글로벌가치사슬의 붕괴를 초래하고 결국 그 영향은 일본이나 한국 반도체산업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붕괴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 일시적인 반사 이익의 수혜는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만약 한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결국 중국의 반도체 굴기 추진을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져, 중국이 반도체 세계시장을 석권․지배하는 상황으로 갈 것 같다. 중국은 일단 어느 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해당 관련 기업을 죽이는 위협국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한치 앞을 전망하기 힘든 평행선을 걷는 대치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계속 무역보복을 하겠다는 입장이고, 우리 정부는 WTO에 상정하여 일본의 무역규제는 무역의 완전 자유화를 후퇴시키는 행위라는 주장을 앞 세워 국제적인 협조를 얻겠다는 입장이다. 

  

WTO 규정은 회원국이 수출허가 등을 통해 수출을 금지․제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국가에서 배제시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출하는 주요 핵심소재를 전략물자로 간주하여 개별허가제와 상황허가로 수출통제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시켜 개별품목별로 수출을 통제 심사 한다는 것으로, WTO의 규정 위반은 아니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자국의 전략물자 수출통제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워, 수출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조치로 WTO에서 규정한 자유무역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와 일본정부의 서로 상반된 주장과 이해관계의 득실을 놓고 저울질을 하기보다는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우선 상호간의 신뢰회복을 구축하고 미래 지향적인 발전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한국과 일본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본다.

  

옛날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고찰하면서 한 말은 그 때나 지금이나 옳다. 투키디데스는 무엇이 '옳은가'라는 문제는 ‘동등한 자들’ 사이에서나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며 ‘강한 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고, 약자는 해야 할 일을 억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본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로 촉발된 한일의 무역 분쟁, 중국의 사드배치에 따른 경제보복, 얼마 전 중국은 베이징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홍보용 간판을 환경 및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사전 통보나 협의도 없이 무단 불법 철거한 사건 등을 유추할 때 결국 세계질서는 힘의 논리만 존재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새삼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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