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빽
가을걷이가 끝나면 동네 사람들, 우리 마당에 *우케 널려고 줄을 선다.
어제는 순선네집에서, 그제는 민자네집에서 가져왔다.
마당에 널어놓으면 엄마는 새도 쫓고 벗은 발로 골도 내준다.
오후가 되면 사람들은 고양이똥, 새똥을 치우고 나서야 우케를 담아간다.
넓은 마당에서 잘 말리는데 새나 고양이 좀 논다 한들 무슨상관이냐지만
엄마는 늘 미안해했다.
오늘은 소작으로 받은 우리 것을 말리는 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고양이가 우케 멍석에 떡하니 버티고서
다른 고양이와 새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는 어머니와 고양이는 어떤 사이일까
어머니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어느 날 배부르고 뼈만 남은 고양이가 울고 있어 밥을 주었더니
나중에는 새끼들을 데리고 매일같이 집으로 와서는 가르렁거리고
몸을 비비며 엄마 팔에 안기더라는,
그런 주인집 것을 말리는 날이란 걸 어떻게 알고서
새도 고양이도 얼씬 못하게 보초를 섰을까,
우리 집에 오시면 하룻밤 이상을 묵지 않으시던 어머니는
멸치 머리와 내장을 따로 봉지에 담아
이곳저곳에 생선가시며 멸치를 두고 그냥 가셨다.
옛날에 내가 앉았던 그 무릎을 차지하던 고양이
이번에 집에가면 먹을거라도 챙겨줘야겠다.
*우케 : 찧기 위하여 말리는 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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